‘지옥 시즌2’(넷플릭스)가 돌아왔다. 3년 전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던 시즌1의 세계관이 더욱 확장되었다. 연상호 감독은 종교와 정치의 중핵을 건드리며, ‘물리적 세계는 그대로이나, 가치가 붕괴된 종말’이라는 독특한 아포칼립스를 구사한다. 광신이란 무엇이며, 종교의 효용이 무엇인지 이보다 잘 알려주는 콘텐츠가 있을까.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인물인 정진수를 연기했던 유아인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관건이었으나, 김성철의 호연으로 최대한 방어되었다. 김현주, 문근영, 김신록의 호연 역시 드라마를 빛나게 한다. 특수효과와 액션, 카메라 워크 등은 가히 미쳤다.
시즌1을 복기해보자. 어느 날 지옥행이 고지되고 무지막지한 괴물이 나타나 사람을 찢고 불태워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새진리회가 고지받은 박정자의 시연을 생중계한 이후,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심판’이라는 새진리회의 논리와 가치가 세상을 지배한다. 그러나 신생아에게 내려진 고지는 인간의 죄와 시연이 무관함을 증명하는 반례가 된다. 이를 감추려는 새진리회와 알리려는 소도가 대립하고, 우여곡절 끝에 부모가 아이를 안은 상태에서 시연이 이루어진다. 부모는 지옥 불에 타고, 아이는 살았다. 그 자리에서 새진리회의 권위는 실추된다. 권력이 누수된 틈으로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변호사가 신생아를 구출해 빠져나온다.
시즌1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필자는 예전 칼럼에서 ‘죄 없는 아기의 심판과 인간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사건은 신학의 세계에서 인간 윤리의 세계로 건너오는 결정적인 계기다’라고 썼다. 그리될 줄 알았다. 신생아 사건 이후 신학의 세계는 종언을 고하고, 인간 윤리의 세계가 펼쳐질 줄 알았다. 순진했다, 내가. 종교를 너무 띄엄띄엄 봤다. 교리니, 이론이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데. 종교가 그런 것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회개합니다. 지식인이랍시고, 교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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