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약 10개월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신형 전술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은 지난달 18일에도 발사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미국 대선에 영향을 주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집중된 국제사회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등의 시도로 보이는데, ‘평양 무인기 사태’ 이후 고조돼온 한반도 긴장이 한층 높아졌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오전 7시10분께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1발을 쐈다고 밝히면서 지난해 12월18일 발사한 화성-18형 계열의 개량형이 아닌, 신형 고체연료 미사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이날 아침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전략미사일 능력의 최신 기록을 갱신”한 “매우 중대한 시험”이라고 규정했다. 남북 모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고 본 셈이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이런 기술적 진전을 과시하는 한편, 미국 대선 등 국제 정세를 염두에 둔 조처로 분석된다. 이날 미국 언론들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가 미 대선 닷새 전이라는 점을 일제히 부각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쏜다면 과거와 달리 최대 사거리를 내며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할 것이란 최근 전망과 달리, 북한은 이번에도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비행거리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 대선에 일정한 영향을 주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북한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한-미 공조와 국제사회의 비판에 강하게 대응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북한은 한·미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하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한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한 지 약 5시간 만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동안 험악하게 대치해온 남북은 이날 내내 날카롭게 맞섰다. 남쪽은 새벽 2시30분 한-미 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발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와 신규 대북 독자제재 발표 등을 이어갔다. 정부는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합참은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며 경고 성명을 내는 한편, “한·미 국방장관은 미국 쪽 전략자산 전개하 연합훈련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하여 동맹의 대응 의지를 현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한·미 공군 유·무인 항공기 110대가 참여해 서해와 중부 내륙 공역에서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전투기가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 표적을 타격했다고 공군이 전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에서 쏜 것을 겨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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